《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2025년 9월 11일 선보이는 감성 스릴러이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미스터리 드라마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40년 전 실종된 어머니의 유골이 발견되면서 시작되는 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며, 겉으로는 조용하고 따뜻한 가족 이야기 같지만, 실상은 한국 산업화 시대의 어두운 그늘과 여성 노동자 착취, 가정 폭력, 권력에 의한 침묵 등 우리 사회가 외면해온 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영화 얼굴 정보와 사회적 배경
《얼굴》은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지옥》, 《부산행》 등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장르 영화로 풀어내는 데 능한 그의 연출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합니다. 이번 작품은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면서도, 1980년대 청계천 의류 공장, 시각장애인 도장 장인, 여성 실종 사건이라는 매우 한국적인 배경과 정서를 입혀 현실감을 극대화했습니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가난한 농촌 여성들이 서울로 올라와 의류 공장에서 일하며 겪어야 했던 열악한 노동 환경, 사회적 고립, 그리고 당시 권위주의적 경찰 수사 시스템의 무능함까지, 영화는 개인의 이야기 속에 역사적 맥락을 교차시킵니다.
무엇보다도 영화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단순한 상징이 아닌, 실제로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았고, 기억되지 않았던 한 여성의 삶을 조명합니다. 그녀의 실종은 단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한 시대가 외면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현실을 대변합니다.
줄거리와 주요 등장인물
젊은 시각장애인 도장 장인 임영규(권해효)는 아내 정영희(신현빈)와 결혼했지만, 어느 날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내의 실종 이후 그는 아들 임동환(박정민)과 단둘이 살아가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맹인 장인’으로 존경받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로부터 40년 전 실종된 정영희의 백골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녀의 죽음이 단순 실종이 아닌, 살해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아들 동환은 아버지의 다큐멘터리를 촬영 중이던 PD 김수진(한지현)과 함께 어머니의 흔적을 쫓기 시작합니다.
추적의 과정에서, 동환은 청계천 의류공장에서 어머니와 함께 일했던 이들을 만나 당시의 기억과 진술을 수집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진실은 단순히 ‘누가 죽였는가’를 넘어서 어떤 침묵과 시스템, 그리고 가부장적 권력이 한 여성을 지워버렸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더 충격적인 건, 동환이 존경해 마지않던 아버지 임영규가 이 사건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분이 정말 저희 어머니가 맞나요?”라는 대사 속에 담긴 혼란과 의심, 그리고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은 관객에게 극도의 감정 몰입을 유도합니다.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는 인간의 모습
《얼굴》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덮인 폭력, 침묵이라는 이름의 방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임영규는 시각장애인이며 도장을 통해 가족을 부양한 존경받는 인물이지만, 그의 과거는 정영희의 실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동환은 아버지를 향한 믿음과, 그가 진실을 숨겼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 ‘진실을 알고도 모른 척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수진 PD는 외부자의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보며,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의 진실 추적이 결국 윤리적 책임으로 돌아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정영희와 함께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의 진술은 그녀가 단지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가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개인이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녀가 왜 실종되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왜 아무도 그 실종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는가라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얼굴》은 진실이란 누군가에게는 해방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이고 파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결국, 진실을 마주해야만 우리는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결론: 진실을 직면하는 용기
《얼굴》은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섭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감정적으로 깊이 있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심, 그 안에서 끝까지 외면하지 않고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용기, 그리고 죽은 자를 위한 정의를 실현하려는 태도는 지금 우리 사회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윤리적 질문과 닿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살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스릴러가 아닙니다.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 ‘기억되어야 할 얼굴들’을 위한 위령이자 기록입니다.
《얼굴》은 관객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사람의 진실을 끝까지 볼 수 있습니까?”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을 마주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됨의 출발입니다.